사계절 푸르고 아름다운 땅
여미지 식물원
글 조영상 / 사진 김보경
사실 이곳은 늦은 봄이나 여름쯤 오고 싶었던 곳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벼르고 벼르다가
적당한 날에 제대로 가보자는 마음이 강했던 까닭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 바깥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꽃이 피어나 있고 잎이 푸를
그때에 식물원에 가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일까 하는.
오히려 겨울과 봄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지금,
푸석푸석 건조해진 몸과 마음에 초록색 생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바로 카메라를 챙겨 들고, 여미지로 달렸다.
오늘이 내겐, 틀림없이 적당한 날이다.
식물원에 도착하면 동양 최대라고 하는 온실 건물의 크기에 먼저 놀라게 된다.
꽃의 정원, 물의 정원, 열대 정원 등 환경에 따라 공간을 나눠놓았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온실 안의 모든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식물원을 보러오기엔 아직 쌀쌀한 날씨여서 관람객은 많지 않았지만,
덕분에 혼자 숲에 들어온 원시인처럼 유유자적하게 온실 안을 돌아다녔다.
온실 밖의 계절과 전혀 상관없는,
싱그럽고 편안한 세계를 거닐며, 온갖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유리 온실 밖은 정원이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을 그대로 재현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의 정원도 볼 수 있다.
꽃과 나무에 순이 돋아있었는데,
그 나름대로 운치 있는 풍경이었다.
잠시 정원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으려니
그렇게 마음이 즐거울 수가 없다.
정원의 모든 꽃이, 나무가, 돌마저
오직 날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꽤 오랜 시간 정원에 머물렀다.
여미지(如美地),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이다.
널리 알려진 이름인데, 한 번쯤 와본 이들조차
의외로 이름 뜻은 잘 모른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늦은 봄부터 여름에 오고,
날이 쌀쌀해지는 제주의 겨울이 되면 발길이 한산해진다.
어쩌면, 바로 그때가 여미지 식물원의 진가가
드러나는 때가 아닐까 싶다.
촉촉함과 따뜻함이 필요한 바로 지금이
이 아름다운 땅을 거닐, 당신에게 적당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