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파는 라면집
서광춘희
어울리지 않는 뜻밖의 조합으로 탄생한 것이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재즈 힙합이 그렇고, 불고기 피자가 그렇듯 말이다.
서광춘희는 그런 곳이다.
라면과 커피, 전통미와 세련미, 레스토랑과 갤러리.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들의 조합으로
서광춘희 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글 조영상 / 사진 김보경
뜻밖의 조합
서광춘희는 카페테리아 같은 라면가게다. 성게 라면과 꼬치 커틀렛이 맛있기로 유명해서 점심 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커피와 술, 몇 가지 음료수도 함께 팔고 있는데, 라면 가게 메뉴판에 어울리지 않는 커피까지 팔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서광춘희의 주인 창훈 씨가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라고 한다. 흔히 라면가게라고 하면 후루룩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자마자 일어서야 하는 분위기인데, 여기 서광춘희는 한참을 앉아 있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이 공간은 커피 한잔과 함께 서광춘희 만의 분위기를 즐기며 머물고 싶은 곳이다.
동백꽃을 문 고양이
서광춘희는 ‘서광리의 동백 아가씨’라는 뜻이다. 가게 옆 농가주택을 세컨드 하우스로 쓰고 있는 한복디자이너 김영진 씨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 춘희고, 마침 가게 부지에도 동백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광춘희 로고엔 고양이가 동백꽃을 물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근사한 내부 인테리어에 눈길이 먼저 간다. 창훈 씨가 제주 민속품 수집가라 제주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인테리어 소품들이 많다. 제주 허벅, 씨항아리, 발궤, 살레가 가게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고, 광목천으로 싼 티슈 상자도 특별히 인상 깊은 아이템이다.
문화를 파는 정감 가는 공간
주메뉴인 성게 라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런칭했다고 한다. <마스터쉐프> 시즌1 우승자의 조언을 받아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서광춘희의 자랑이다. 원래 성게는 섬나라인 일본 3대 진미에 들어가 있는데, 여기 제주에서도 귀한 분에게만 제공했던 식자재라 한다. 미소 라면에 성게와 숙주의 식감, 청양고추의 알싸한 맛을 더해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새롭고 건강한 맛을 만들었다. 꼬치 커틀렛은 새우와 돼지고기, 채소를 꼬치에 꽂아 만든 튀김 요리다. 특히 돼지고기를 일본식 동파육처럼 3시간 동안 조려서 다시 튀기는 것이 비법이라고 한다. 되도록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창훈 씨의 부모님이 제주도 유기농 1세대시라 호박과 브로콜리 수확시기가 맞으면 그 밭에서 난 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창훈 씨의 꿈은 서광춘희를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닌, 문화를 파는 라면집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제주 민화, 목가구, 옹기, 돌작품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의 모습을 한 따뜻하고 정감 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제주스러운 분위기에서 음식, 커피뿐 아니라 문화까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 근사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것을 맛보고 싶다면, 서광춘희에 가보길 꼭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