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떨어지는 폭포와 만나다
정방 폭포
글 조영상 / 사진 김보경, 조영상
여행 중에 폭포를 보러 간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전국에 이름난 폭포는 한 번씩 다 보았지만, 만족스러움보다는 속은 기분이 드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벼랑 위에서 세찬 물줄기가 콸콸 쏟아지는 장관을 상상하고 갔는데, 막상 잠그다 만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조르르 흐르는 물가닥을 보면 그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정방 폭포만큼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제대로 된 폭포다.
폭포수가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폭포라는 희귀성은 둘째 치더라도, 이 폭포는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제주도에서 경치 좋기로 유명한 천지연, 천제연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높이가 23m에 달하는 수직 암벽과 그 위로 우거진 노송은 해안 폭포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속이 탁 트이는 세찬 물줄기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혹시 이번 여행 중에 정방 폭포를 들르기로 했다면, 탁월한 선택이다.
하나 더, 폭포 부근에 ‘徐巿過此(서불과차 - 서불이 왔다 간다)’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전해진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생활을 할 때 바위에 조각된 이 글씨를 발견하고 탁본을 해두었는데, 글씨의 정확한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귀포’라는 지명은 바로 ‘서불이 서쪽으로 돌아갔다’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폭포에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찾아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