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지 않아도 편한 친구가 있다. 우린 늦은 오후에 만나 차분한 빛이 예쁘게 드는 커피숍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책을 읽고 그 친구는 음악을 들었다. 어쩌다 친구가 내게 말을 건네었다.
“넌 평생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어떤 노랠 들을 거야?”
친구의 질문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우리의 인생이 나쁘지 않은 최소한의 이유는 평생 한 음식만 먹어야 한다거나 한 음악만을 들어야 하는 일 따윈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런 나에게 한 가지만 꼽으라니... 곰곰 생각해보니 사실 내가 아껴 듣는 음악이 하나 있긴 하다. 재주소년의 ‘귤’ 그래, 이 음악이라면 평생 들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글 라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