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이 편리함에 신물을 느껴 다시금 불편함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때가 올까. SNS는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고,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 사이엔 이미 ‘핸드폰 없는 삶’이 새로운 형태의 멋으로 간주되어 지는 그런 때. 그렇게 되면 당장은 무척 수고스러워질 게 뻔하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여러 가지다.
날씨를 확인할 방법은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보는 방법이 유일하다. 시간을 들여 라디오 주파수를 겨우 맞추고서야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들을 수 있다.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며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거나(이 와중에 손목시계 시장은 약진을 보인다), 여행지에선 커다란 지도를 꺼내 보는 게 익숙한 풍경이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곤 편지지를 사려는 사람들로 문구점은 어김없이 북적일 테고, 우체부를 손꼽아 기다리는 일은 일상의 일부가 된다.
SNS가 없어져 버렸으니, 누군가를 새로 알아갈 때 역시 조금의 힌트도 없이 시작해야 한다. 상대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자주 쓰는 단어는 무엇인지,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철없던 시절엔 어떤 우스운 생각을 지녔었는지, 미리 대강이라도 알 길이 없다. 커피숍에 마주 보고 앉아 찻잔을 손으로 감쌌다 떼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알아가는 수밖에 없겠지만, 왠지 매력적인 세상일 것 같다.
the bom volume 06 <새로운 쓰임에 관하여> '시계가 없는 세상의 사람들' 중에서
글 라어진 / 일러스트 권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