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스터, 커피 바리스타, 카페 컨설턴트.
이 모두가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감당 안 되는 호기심에 직접 커피 농사까지 덤벼들었다는 제주의 초보 농사꾼.
지난 십 년이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커피 농장 이야기를 들어본다.
온도, 높은 고지 그리고 토양
커피나무를 기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온화한 온도, 높은 고지, 그리고 비옥한 흙을 들 수 있다. 주로 커피 산지에서는 높은 고지에서 재배된 것을 쳐준다. 산지는 저녁엔 상당히 춥고 낮엔 평균 기온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무덥다. 큰 일교차 덕분에 이곳의 커피나무는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실한 열매를 맺는다. 맛 역시 다채롭다. 열매의 모양은 꼭 체리와 닮아 커피체리라 불린다.
제주의 커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커피가 자라기에 최적화된 조건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커피밸트(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위도 범위를 뜻한다)에 속해있는 나라도 아닐뿐더러 뚜렷한 사계절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선 제주 땅에 뿌리를 내린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희망적인 일이다. 제주는 한겨울에도 크게 춥지 않고 해안을 끼고 있을뿐더러 화산토이다. 하와이안 코나라던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같은 유명한 커피가 나는 지형과 꽤 닮아있는 것이다.
성장통
제주가 우리나라에선 가장 최적화된 지형이라 할지라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겨울이 온화한 편이지만 더운 나라에서 자라는 커피나무가 견디기엔 가혹한 날씨일 것. 제주 커피 농장의 나무들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겨울이면 추위에 떨 나무들을 위해 비닐도 더 덮어씌우고 비용을 들여서라도 난방을 하신다고 한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지만 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적합한 온도를 맞추어 주지 않으면 겨울 내내 추운 환경에 노출된 나무는 스스로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과하게 쏟게 되는데 이것은 열매의 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제주 커피 축제
이곳을 찾아주는 사람들의 예쁜 마음들이 모여 시작된 축제이다. 일 년에 한 번 10월에 열리고 있으며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했다. 제주 커피 농장 마당에서 소소하게 열리는 커피 축제에서는 커피로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공연도 볼 수 있고 커피 세미나에 직접 내린 커피도 맛볼 수 있다. 행사를 진행하는 자원봉사들 역시 제주산 커피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행사가 아닌지라 특별한 수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를 쉬어가며 많은 사람과 만나고 제주 커피를 조금이라도 알리는데 그 의의를 둔다.
“저희 농장에는 고양이 두 마리랑 강아지 두 마리가 함께 살고 있어요. 이름은 체리, 빈, 제주 그리고 커피예요. 모두 커피와 관련이 있죠. (웃음). 이 고양이가 ‘빈‘이에요. 사실 ’빈’이의 성이 ’백만‘이에요. 처음에 데려왔을 때 이 친구가 자주 아팠어요.
그래서 병원비가 백만원 가까이 들었다 해서 지은 짓궂지만 귀여운 이름이죠. 제가 사실 예전엔 애완동물을 크게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키우다 보니 이 친구들이 조금만 아파도 얼마나 신경이 쓰이던지. 커피나무나 고양이나 강아지나 사람이나 다 똑같아요. 함께 하다보면 애정이 가죠.”
글 라어진 사진 민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