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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일컫는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푸릇한 비자림은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와 많이 닮아있다.
우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를 나누자
엊그제 초록을 보러 갔다. 사계절 내내 녹음이 짙은 비자나무 숲에선 애면글면 살아온 이들도 잠시나마 마음의 빗장을 연다. 심신의 안정을 꽤 한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 때문일까? 초록 세상에서의 나는 더는 심각하지 않다. 걸으면 바스락거리는 적갈색의 화산송이 길을 걷을 때면 기분 좋은 쾌감이 전해진다. 아무도 큰 목소리를 내어 떠들지 않는 곳. 모두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를 사사로이 나눈다. 알 수 없는 몽환적 분위기를 소유한 비자림에서 사색에 빠지는 건아마도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 푸릇해진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나를 실하게 해’
천년의 숲
몽글몽글한 구름 아래 비자나무 가족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비자나무 숲의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새천년비자나무부터 두 그루 이상의 나무가 크는 과정에서 한몸이 된 나무 연리지,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벼락 맞은 비자나무, 왜소하지만 초가을이면 맑고도 투명한 빠알간 열매로 매력을 뽐내는 말오줌때나무 등. 각기 다른 모습일지언정 어울림엔 어색함이 없다. 그들의 흐드러지는 웃음소리가 어쩐지 간지럽게 느껴진다.
글 라어진 사진 민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