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정식
‘집 밥이 최고’라는 낡은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아침이면 언제나 차려져 있던 밥상엔 어제도 본 익숙한 반찬들이 놓여 있다. 내가 본 것은 그것뿐이었다. 새벽마저 잠든 시간. 홀로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을 그 마음은 왜 보이지 않았을까.
잘 먹었다는 인사라도 하고 집을 나설 걸 그랬다. 내가 남긴 밥이 매번 누군가의 아침이 될 줄 알았다면 억지로라도 다 먹을 걸 그랬다. 모두가 빠져나간 집엔, 복작복작하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재빠르게 쓸쓸한 안색을 한다. 남겨진 공허함은 오롯이 남은 사람의 몫이었을 것. 그렇게 엄마의 아침은 누구보다 일렀고 누구보다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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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 그가게
테이블 오조
성산 일출봉에서 뜨는 일출이 처음으로 닿는 마을로, 그 햇살이 자기 자신을 비춘다는 예쁜 의미를 지닌 오조리. 유독 제주스럽던 동네로 들어서니 낮은 돌담이 나름의 규칙을 가진 듯 오밀조밀한 차림을 하고 있다. 그 골목의 끝에서 차분하고도 소박한 기분이 내려앉은 가게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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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지붕, 파란 대문
부농
비자림을 지나 서쪽으로 향하던 길목엔 노란 지붕과 파란 대문이 특유의 재기발랄한 분위기를 뽐내는 가게가 있다. 마당 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경운기엔 잘 그려진 그림 한 점이 놓여 있고 그 옆으론 밀짚모자가 무심하게 걸려 있다.
the bom volume 04 <작고도 큰 발견들> '새벽마저 잠든 시간에'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김보경, 부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