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Talk Channel Chat Button Demo - Kakao JavaScript SDK
Loading...

쓰談

자유롭게 피어나기...

Volume 04 | 밝고 예쁜 이야기만 하자는 게 아니에요

by thebo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리저리 금이 간 유리 맥주 컵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내미는 모습에서 투박함이 묻어났다. 뜨거운 물을 유리잔에 넣으면 깨지는 게 아니냐 했더니, 깨지면 버리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큐팩토리_1_v3_.jpg

nterviewee '큐팩토리' 박상규 디자이너 & 김찬국 인테리어 목수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제주로 내려오신 건 일상의 권태를 느껴서인가요?
: 육지에서 인천공항 공사를 하던 중 공사비로 인해 크게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전라남도로 백팩킹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요. 그러다 장흥에서 제주로 가는 배편이 있다기에 왔죠. 와서는 무작정 걷다가 좋은 곳을 발견하면 텐트 치고 자고 또 걷고를 반복하며 살았고요. 그러다 처음 게스트하우스란 곳에도 가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감사하게도 인테리어 관련 일거리를 얻게 된 거예요.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으로요.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이었지만 이게 게스트하우스 자리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저로서는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쭉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텐트를 치고 살았어요(웃음). 근데 뭐 그런 것도 다 재밌었고요. 결론적으론 겨울이 되어서야 그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집다운 집을 구했어요. 겨울엔 도저히 텐트에서 못 자겠더라고요. 추워서요(웃음). 
: 저는 퇴사 후 무작정 남쪽을 향해 출발하던 중, 저가 항공표가 저렴하게 나와 제주로 오게 되었고요. 수중에 50만 원만 가지고 있던 터라 내려와선 인테리어 일, 공사장 일, 그림 그리는 일 닥치는 대로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어쩌다 이주를 결정하게 된 거예요? 
: 아마 많은 분이 비슷한 답변을 하실 거라 생각돼요. 저 역시 하루 이틀 살다 보니 그냥 살기에 괜찮을 것 같았어요. 또 어릴 적부터 무언가 그리고 디자인하는 일에 관심을 두어왔는데, 여기선 그 일을 시작해볼 수 있겠다 싶었고요.
: 사실 이주에 있어서 큰 결심을 하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실제로 호기롭게 입도해서 금세 포기하고 돌아가는 친구들도 꽤 봤고요. 아마 열 명 중에 여섯 명은 돌아가는 거 같아요.

 

결정하는데 현실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본인의 마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두 분은 제주살이에 확신이 드세요? 앞으로도 쭉 살 만한 곳이다. 이런 거요.   
: 저 같은 경우엔 그 확신이란 게, 저에게 있어서 제주는 확실히 도시보다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곳이라 생각돼요. 아무래도 서울에 비해서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 작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풀리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곳에서의 생활을 썩 마음에 들어 하기도 하고요. 

 

삶의 배경이 바뀌면서 어떤 게 변하게 되었나요.
: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갈망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심지어 그 일로 돈을 벌게 되었고, 놀랍게도 생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거요.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죠. 서울에선 주말이면 지인들과 만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 반면, 여기선 지극히 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요. 그림을 그린다거나, 오름에 오른다거나. 또 제주에서 알고 지내게 된 인디뮤지션들이 몇 분이 계시는데, 이분들과 술을 마시며 즉흥적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제 문화생활에 있어선 큰 변화가 될 수 있겠네요. 
: 저는 일단 가족이 생겼고요. 집도 생겼고요. 편해졌어요. 여러모로. 좋은 사람들 역시 많이 얻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예전엔 사람 때문에 고생했는데 지금은 사람 때문에 즐거울 수 있는 게 신기하네요. 그리고 배달음식을 먹지 못 하는 점이요. 그게 무슨 큰 변화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한텐 되게 큰 변화였거든요(웃음). 근데 이것도 살다 보니 적응한 거 있죠.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이 됐어요. 덜 먹게 되니 얼마나 좋아요. 

 

큐팩토리_5_v2.jpg

 

 

큐팩토리

 

이제 큐팩토리(Q-Factory) 얘기를 좀 해볼까요. 
: 이름을 소개하자면, 큐(Q)는 저의 별명이고요. 팩토리(Factory)는 제가 앤디 워홀을 좋아하는데 예술을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접근한 사람이잖아요. 앤디 워홀이 Factory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저도 그거에 대해서 많이 공감했고요. 저도 제가 만든 작품을 혼자 간직하거나 전시회를 열어 고가에 판매한다거나 하는 걸 지향하는 게 아닌 누구나 쉽게 실용적으로 공감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대량 생산하고자 해요. 예를 들자면 핸드폰케이스, 책갈피, 종이 지갑, 스탠드, 에코 백 같은 거요. 사용자와 빠르고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기 때문에 Factory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큐팩토리입니다.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었나요.
: 아무래도 처음으로 물건을 팔았을 때요. 아침 바닷가에 가면 대나무들이 떠내려 와요. 그걸 주워와 제 나름대로 재구성해서 팔았는데, 사실 이걸 돈 받고 팔 수 있을지 저로서도 확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팔리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무척 기쁘기도 했고.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 최종적으로 제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요. 저같이 소소하게 시작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좀 더 수월하게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도록 어떠한 플랫폼을 만드는 거예요. 작가들에겐 ‘내가 만든 작품을 어떻게 판매할까’는 늘 고민되는 부분이거든요. 저만의 디자인 샵을 열게 되면 훌륭한 작가들과 인연도 맺을 수 있고, 협업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모두에게 이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 bom volume 04 <작고도 큰 발견들> '밝고 예쁜 이야기만 하자는 게 아니에요' 중에서

 라어진 / 사진 김보경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inter / Spring 2016

Volume 04 | 작고도 큰 발견들

 

★20160222_더봄vol4_표지_200px.jpg

 

 




?

  1. Volume 03 | 대낮에 꾸는 꿈, 산굼부리

    대낮에 꾸는 꿈 산굼부리 백일몽(白日夢).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 해가 유독 쨍하던 날, 산굼부리를 천천히 거닐었다. 마치 꿈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
    Views667
    Read More
  2. Volume 03 | 몽환의 숲, 비자림

    ─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일컫는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푸릇한 비자림은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와 많이 닮아있다. 우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를 나누자 엊그제 초록을 보러 갔다. 사계절 내...
    Views740
    Read More
  3. Volume 04 | 밝고 예쁜 이야기만 하자는 게 아니에요

    이리저리 금이 간 유리 맥주 컵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내미는 모습에서 투박함이 묻어났다. 뜨거운 물을 유리잔에 넣으면 깨지는 게 아니냐 했더니, 깨지면 버리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nterviewee '큐팩토리' 박상규 디자이너 & 김찬국 인테...
    Views1510
    Read More
  4. Volume 04 | 싱거운 일상을 담백한 일상이라 부르는 곳에서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땐 시간의 흐름이 조금 이상했어요. 저녁 8시만 되면 졸리고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게 되더군요. 별로 한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게 너무너무 신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쬐는 햇볕 양이 늘어나서 그런 ...
    Views1446
    Read More
  5. Volume 04 | 그 어떤 치즈도 아닌 제주 치즈

    ─ 제주치즈체험하우스 제주치즈체험하우스의 표제를 정하는 데 유독 긴 고민을 했다. 취재 당일 많은 것을 보았고 맛보았으며, 그 맛 또한 썩 훌륭했다. 그런데 어째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가 생각해보니 부부의 말씀이 생각난다. ‘아마 카메라에 담아...
    Views1581
    Read More
  6. Volume 04 | 사려 깃든 저녁

    신천목장 옆으로 나란히 선 야자나무와 그 앞으로 아득하게 깔린 주황빛 카펫. 해가 뉘엿한오후의 시간인지라 야자나무 사이론 농익은 빛이 쏟아진다. 그 빛은 수평선 바닥에 내려앉아 이내 일부가 된다. 미약한 색채의 대비가 고아하다. the bom volume 04 <...
    Views721
    Read More
  7. Volume 04 | 새벽마저 잠든 시간에

    제주의 가정식 ‘집 밥이 최고’라는 낡은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아침이면 언제나 차려져 있던 밥상엔 어제도 본 익숙한 반찬들이 놓여 있다. 내가 본 것은 그것뿐이었다. 새벽마저 잠든 시간. 홀로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을 그 마음...
    Views924
    Read More
  8. Volume 04 | 시작하는 시점에서 드는 생각들에 관한 고찰

    시작이 반이라는 싫증 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시작이 있다. 그것은 모호한 것이라 정해진 기준과 정도를 두는 것은 무척이나 무색한 일이다. 결국, 모든 것은 저마다의 마음에 달린 것일 터. 벌써 2월이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
    Views3567
    Read More
  9. Volume 04 | 뮤지컬 '드라큘라' 짧지만 강렬했던 2주간의 여행

    ─ 숨을 쉬듯 진화하는 ‘특화된’ 뮤지컬배우 김준수 극의 흐름 주도한 탄탄한 연기력 종합무대예술인 뮤지컬은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무대효과와 조명, 화려한 의상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빚어져 완성된다. 하...
    Views1617
    Read More
  10. Volume 04 | 땅끝이야기 4

    ─ 야만과 문명의 정글, 파푸아 죽음과 생명의 삶, 와메나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생물이 뒤엉켜 있는 숲과 정글은 인류의 생명을 지속하게 해준 원동력이자 생명의 보고다.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숲이나 정글을 통해 식량과 땔감을 얻었고, 생명의 근원인...
    Views1220
    Read More
  11. Volume 03 | 2008년 2월 제주 출생, 제주 커피 농장

    커피 로스터, 커피 바리스타, 카페 컨설턴트. 이 모두가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감당 안 되는 호기심에 직접 커피 농사까지 덤벼들었다는 제주의 초보 농사꾼. 지난 십 년이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커피 농장 이야기를 들어본다. 온도, 높은 고지 그리고...
    Views1037
    Read More
  12. Volume 03 | 겨울바람이 차오르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아끈다랑쉬오름

    겨울바람이 차오르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아끈다랑쉬오름 신비의 화구 속엔 은빛 색으로 물든 연륜의 억새군락이 살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억새들은 불어오는 바람에도 그저 유하다. 때론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멋져 보일 때가 있다는 ...
    Views754
    Read More
  13. Volume 03 | 세상 사람들이 던진 돌을 주워 모아 다듬는 사람

    ─ 돌쟁이 ‘이창원’ 작가 돌과 보내는 조용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제주를 쏙 빼닮은 이창원 작가는 세상 사람들이 던진 돌을 주워 모아 다듬는다. 이리저리 채여도 불평 한 번 없는 돌이 마냥 좋다고 말하는 그. 제주...
    Views918
    Read More
  14. Volume 03 | 제주 보헤미안, 그들이 사는 풍경

    ─ 제주 시골집공방 지와 다리오 부부가 사는 제주 동쪽의 자그마한 시골집공방. 잔잔한 빛이 드는 창가 옆 책상 위에는 여행하며 수집한 원석들과 자연에서 주워온 나무껍질, 새의 깃털들이 제 멋대로 놓여있다. 작은 방 한켠을 나누어 은세공을 하고, 매듭을 ...
    Views830
    Read More
  15. Volume 03 | 자연에서 얻은 영감위에 추억이 흩뿌려진 텍스타일

    ─ 텍스타일 디자이너 '오윤경'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녀와 자연 사이엔 거리낌이 없다. 제주의 자연, 기억, 소소한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실용적이면서 진정성 담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텍스타일 브랜드 '드레핀(drepeen)'의 이야기를 들어본...
    Views1006
    Read More
  16. Volume 02 | 땅끝이야기 2, 삶의 경이를 배우는 파푸아

    땅끝이야기 삶의 경이를 배우는 파푸아 파푸아 가는 길 파푸아는 오늘날 가장 원시적인 삶이 남아 있는 곳이지만 반대로 교통과 통신에 있어서는 가장 현대적인 곳이다. 전화와 핸드폰은 물론 위성전화를 사용하고 정글과 정글사이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차가 ...
    Views1368
    Read More
  17. Volume 03 | 파도의 일, 황우지 해안

    파도의 일, 황우지 해안 철썩철썩- 쉴 새 없이 파도가 몰아친다. 파도는 검은 바위에 부딪혀 새하얀 포말을 뿜어내고는 소용돌이치며 다시 부서진다. 푸른 바다에 옅은 색감이 더해진다. 그 물빛은 쉼 없이 바뀌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파도가 오고 가...
    Views994
    Read More
  18. Volume 02 | 그 물빛은 어디서, 쇠소깍

    그 물빛은 어디서, 쇠소깍 색(color)이란 무엇일까. 사전은 이렇게 정의한다.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이나 빨랑, 파랑, 노랑 따위의 물리적 현상.’ 저마다의 빛깔로 나누어진 차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Views786
    Read More
  19. Volume 02 | 공감연기로 한 걸음 더 진화한 ‘뮤지컬의 아이콘’ 김준수

    공감연기로 한 걸음 더 진화한 ‘뮤지컬의 아이콘’ 김준수 ‘뮤지컬의 아이콘’ 김준수의 공감연기가 화제다. 김준수는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1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뮤지컬 <데스노트>에 어떠한 사건이든 반...
    Views1393
    Read More
  20. Volume 02 | 오름들을 이웃한 숲 하나. 사려니 숲

    오름들을 이웃한 숲 하나 사려니 숲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이 아닌 나무 얘기다. 저마다의 나이와 잎사귀를 가진 나무들은 모두 초록빛 얼굴로 웃는다. 초록에 초록이 모이고 또 다른 초록이 이어져 햇살 아래 빛난다. 그 모습이 마치 흐드러지게 핀 한 송이...
    Views87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