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도 어떤 면에선 소모품인 것이다. 엷고 고운 분홍이 가면 노랑이 오고 그다음으론 초록이 온다. 그리고 어김없이 붉은색이 주를 이루고 그 끝은 순백의 색으로 마무리되는 식이다. 하지만 계절의 변화가 단순한 소모만은 아닌 이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그 회귀성 때문이 아닐까. 누가 뭐래도 꾸준히 아름다울 것이 계절이다.
누군가 노랑 물감을 왈칵 쏟은 것 마냥 대책 없이 어여쁜 모습이었다. 자연의 색은 언제나 경이롭다. 경이롭다는 표현이 거창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첫인상이 그러했다. 색채용어사전에 따르면, 노랑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라고 한다. 실로 그렇다. 웬일인지 모든 것에 낙관적이 되는 오늘은, 늦은 봄날이자 이른 여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