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Talk Channel Chat Button Demo - Kakao JavaScript SDK
Loading...

쓰談

자유롭게 피어나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by 박수연 posted Jun 05,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일본 도쿄올림픽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되는 집을 헐게 되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 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살아서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3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움직이지 못했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철거공사를 중단하고 사흘 동안 도마뱀을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다.


이 두 도마뱀은 어떤 사이였을까? 물론 우리는 알 수 없다. 부모와 새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 수도 있고 그저 한 곳에 모여 살던 동료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상상해본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 살아오던 도마뱀 동네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들어와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어내고 요란한 기계소리를 내며 어마어마한 자기들의 집을 짓기 시작했을 것이다. 땅이 파헤쳐지고 숲이 무너지면서 죽어간 도마뱀들도 많았으리라. 도마뱀만이 아니라 들쥐도 다람쥐도 지렁이와 개미도 죽거나 다치고, 밤낮없는 기계소리에 놀라 멀리 떠나버린 도마뱀들도 있고 둥지를 잃은 새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떠날 수 없는 도마뱀과 개구리와 잠자리들도 있었을 것이다. 돌아다녀 봐도 너무나 어마어마한 땅이 다 뒤집혀져서 어쩔 수 없이 그 근처 어디에 몸을 숨겨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 도마뱀도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으리라.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그래도 숨어 살 데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그만 꼬리가 못에 박히는 끔찍한 경우를 당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도마뱀은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몸부림칠 때마다 살을 찔러오는 고통은 또 얼마나 컸을까? 그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다른 도마뱀은 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루 이틀 닷새 꼬리가 못에 박힌 도마뱀은 오직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테고 옆에서 그 아픔을 다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도마뱀은 어쩌지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었으리라. 말도 할 수 없는 이 미물들은 오직 눈짓과 표정과 몸짓만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마음을 나누었으리라.



도마뱀은 원래 사람의 손에 꼬리가 잡히면 그 꼬리를 잘라버리고 도망치는 파충류인데 아마 꼬리를 잘라버릴 수 있는 상황도 못 되었던 게 분명하다.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훌륭한 것은 바로 곁에 있던 도마뱀이다. 사랑하는 도마뱀이 받는 고통을 바라보면서 그 도마뱀이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다 절망할 때 어딘가로 가서 먹을 것을 물어왔다. 그리고 입으로 건네주면서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절망하지 말라고, 살아야 한다고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어떤 눈짓, 어떤 표정이었을까? 어쩌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처음엔 먹을 것을 거부하며 팽개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또 어딘가로 가서 먹을 것을 구해다 입에 넣어주는 그 도마뱀을 보면서, 너를 버릴 수 없다는 그 표정, 나만 살기 위해 네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그 몸짓, 그걸 믿으면서 운명과 생의 욕구를 받아들이면서 얼마나 가슴 저렸을까?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위험을 무릅쓰고 먹을 것을 구해다 주면서 함께 살아온 지 3년. 그 도마뱀은 다시 못을 박았던 사람들에 의해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어두운 지붕 밑에서 두 도마뱀은 함께 사랑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고통 속에서 서로 안고 잠이 들곤 하였을 것이다. 그 3년은 얼마나 길었을까?



도종환 에세이 -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

  1. 사랑은 "9시 입니다."

    늘 퇴근 시간은 늘 마음이 설래인다. 사랑하는 아들을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들의 귀여운 목소리, 장난기 어린 웃음, 사랑스런 행동 하나하나가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가끔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아들의 환영을 먼저 받기 위...
    By월간김현청 Views4487
    Read More
  2. 고독 loneliness 그리고 外로움

    고독 loneliness 그리고 外로움 바람이 찬 물살처럼 몸을 휘감을 때, 가을 보단 외로움을 먼저 느낀다. 중국인들은 孤獨 (gudu:고독)고독하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타인들과 단절되어 홀로된 느낌을 외롭다고 한다. 그럭저럭 외로움이란 놈을 묘사...
    By김현옥 Views2555
    Read More
  3. 완물상지(玩物喪志)-낮은 울타리에 게재된 글

    완물상지(玩物喪志)라는 말이 있다. 뭔가를 갖게 되면 그것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뜻이다. 물건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속에도 자리를 틀고 앉아 관심과 여유를 빼앗는다. 최근 나의 잦은 출장으로 이동이 번거로워진 아내를 위해 차를 하나 ...
    By월간김현청 Views4292
    Read More
  4.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일본 도쿄올림픽 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이 되는 집을 헐게 되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 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살아서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3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움직이지...
    By박수연 Views2218
    Read More
  5. 리더십에 대한 희구(希求)

    ◆ 신뢰의 리더십 “모든 의원이 안된다고 하였습니다.”(대장금) “모든 의원이 내일 아니면 모레 혹은 십년후에 낫는 사람도 있다 하였다.”(한 상궁) “마마님이 이기셔야 합니다.”(대장금) “너 없이는 이길 수 없다.”(한 상궁) (중략) “저를 포기하십시오.”(대장...
    By월간김현청 Views3573
    Read More
  6. 버스안에서

    걸어서 채 5분도 안되는 거리도 무의식적으로 차를 몰고 나갈 정도로 자가용에 익숙한 생활을 해오다가 올해 초부터 아예 차를 사무실 주차장에 세워두고 노선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바쁜 출근 시간 ...
    By월간김현청 Views336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