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Volume 03 | 천샤의 미소

by thebom posted Mar 02,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vol3-14 (1).jpg

 

 

 

말라 버린 심장을 적시는 ‘꽃’의 의미

 

지난 4월, 김준수가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6년 만에 지상파 음악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자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은 물론, 일반 대중도 큰 관심을 보였다. ‘테이크 마이 핸드(Take My Hand)’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 방송은 그가 평소 꿈꿔왔던 소극장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졌다. 세트리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그의 솔로 정규 3집 <플라워>의 타이틀곡 ‘꽃’이었다. “오늘 이 공연은 모두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첫 곡부터 무대 자체를 보물 다루는 마음으로 섰다. 여러분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라며 자신과 한발 한발 보조를 맞춰 발걸음을 같이해 온 팬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 김준수가 ‘꽃’의 의미를 소개하는 순간,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꽃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죠. 일반적으로 아름답고 고귀하고 온화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꽃이라 하더라도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가 이 곡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꽃은 소외 받은 부류에요.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존재조차도 돌봐서 같이 가자는 의미입니다. 손이라도 한 번 더 내밀어주고, 한 번이라도 더 쳐다봐주자는 마음에서 만든 곡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비단 노래로만 소외된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온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받은 사랑과 재능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활용해 기부와 나눔을 실천해왔다. 그리고 그 긍정 에너지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주변으로 확산되어 하나둘씩 더 환한 빛을 비췄다.

 

 

 

vol3-14 (8).jpg

 

 

 

캄보디아 오지 마을을 밝힌 ‘김준수 후원학교’

 

‘시아준수 빌리지’가 처음 생긴 곳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쁘레악리업이라는 마을이었다. 프놈펜에도 찾아든 산업화의 물결로 밀려난 철거민과 도시빈민들이 몰려 사는 곳이었다. 전기나 수도 등 기본적인 인프라는 물론, 주소도 없는 철저히 고립된 지역이었다.

당시 이곳에서 아동결연사업을 펼치던 국제개발구호기구 아드라코리아(사무총장 신원식)는 김준수와 팬클럽 회원들이 정성을 모아 기탁한 사랑의 성금을 기반으로 ‘주거수리 및 개선사업’을 실시했다. 빈곤아동들의 불안전한 주거환경을 고쳐주고, 자연재해와 예기치 못한 인재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사업으로 캄보디아의 수많은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이 도움을 받았다. 더 이상 비가 새지 않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도시의 빈민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었고, 아이들은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위태롭고 불안한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하지만 쁘레악리업에서의 사업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이 마을마저 철거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처지 때문에 남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딱한 환경에 놓인 지구촌 이웃의 아픔을 마냥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들은 시선을 프놈펜에서 약 3시간가량 떨어진 ‘빌봉’이라는 마을로 돌렸다. 아드라코리아가 수 년 동안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자금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이었다.

빌봉은 전체 337가구, 거주인구 1500명 남짓한 오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말라리아로 많은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등 세계 최빈곤국 중 하나인 캄보디아에서도 경제적으로나 위생적으로 가장 열악한 지역 중 한 곳이었다. 아드라코리아는 이 마을에 김준수와 함께 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미래의 꿈을 키울 교육이라는 생각에서다.

‘김준수 후원학교’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학교의 건립 일화는 언제 들어도 훈훈하다.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현지 관계자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김준수의 어머니 윤영미 씨가 주민들에게 “제일 필요한 시설이 무엇이냐?”고 묻자, 마을사람들이 주저 없이 “학교”라고 답한 것. 소식을 전해들은 김준수는 어려운 생활형편 속에서도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학교를 세우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선뜻 자비를 털어 학교를 건축하기로 했다.

학교가 없어 나무그늘이나 공터에서 공부해야 했던 어린이들은 “그동안에는 공부하다가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가야 했는데, 이제 학교가 생겨 비가와도 걱정 없다”면서 “열심히 공부해 엄마에게 책도 읽어드리고, 친구에게 편지도 쓰겠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김준수의 이 같은 학교 건립 기부가 무엇보다 의미 깊은 것은 지구촌 이웃들의 교육기회 평등과 삶을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초등학교 과정조차 제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김준수의 도움으로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고, 꿈과 인생의 목표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은 글자도 배우고,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며 상록수 같은 푸르른 희망을 가꾸어 가고 있다.

 

 

 

 

vol3-14 (7).jpg

 

 

 

소외계층 주거안정 돕는 ‘사랑의 집짓기’

 

김준수의 ‘사랑의 고리’는 해외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에서 더욱 활발하게,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준수의 후원금을 기반으로 ‘사랑의 집짓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충남 당진시, 경기 파주시, 경북 청송군 등에 거주하는 장애인 가구와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 12가구가 새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충남 태안군, 경기 이천시, 전남 진도군 등 전국 각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랑의 집짓기 사업은 아드라코리아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상호 구호개발 공동추진 및 우호증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진행 중인 생활지원 프로젝트이다. 대상자는 해당 지자체 주민생활지원과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김준수와 독지가들이 자금을 후원하면 건축 전문 자원봉사자와 업체에서 설계와 장비, 인테리어까지 협업으로 짓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좋은 집을 꾸밀 수 있다. 매번 연인원 약 1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구슬땀을 흘린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부엌과 세면실, 거실, 공부방 등 생활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아담하고 안락한 목조주택으로 지어진다.

그동안 도움을 받은 이들의 사연도 애절하다.

태안군에 사는 가 모 씨 가족은 40년이 훨씬 넘은 노후 가옥에서 살다 새 집을 갖게 되었다. 이천시에서는 열악한 환경의 낡은 집에서 남편도 없이 어린 자녀들을 돌보며 어렵게 살던 박 모 씨 가정이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집의 주인이 됐다.

파주시에 거주하는 마 모 할머니는 손자와 단 둘이 살다 뜻하지 않은 화재로 집이 전소되어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 마을회관을 임시 거처로 삼아 이웃주민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던 할머니는 김준수를 통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갖고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가장 최근에 지은 진도군에서는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험한 가옥에 살던 지체장애인 김 모 할아버지가 대상자였다. 김 씨는 준공식에서 “그동안 언제 집이 무너질지 몰라 아무도 제 집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렇게 깨끗하고 좋은 집을 갖게 됐다. 이 은혜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격해했다.

 

 

 

취미를 기부로 연결하는 선행

 

다시 태어나면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할 만큼 연예계 대표적 축구광인 그는 2011년 연예인축구단 ‘FC MEN’을 창단해 단장을 맡고 있다. 윤두준, 이기광, 임슬옹, 서지석, 이완, 박건형, 박성광 등 연예계 최고 스타들로 구성된 이 팀은 연예인축구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그 화려한 면면만큼이나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최정예 군단’이다. 하지만, FC MEN은 소속 연예인들의 취미생활이나 친목도모에 그치지 않고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 자선경기 등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선행에 적극 참여하며, 사회공헌 활동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2012년 4월에는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일본 연예인팀인 FC 게이닌과 ‘일본 지진피해 돕기 자선경기’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다. 동일본 지진피해 1주년을 맞아 당시 아픔을 되새기 위해 마련한 이날 경기에는 4만 천여명의 구름관중이 몰려 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열기를 뿜어냈다. 일본 언론마저 “일본 공식 경기 외에는 대여가 힘든 도쿄국립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큰 위미가 있다”면서 “이번 자선경기가 한일 우정을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중 있게 보도할 만큼 이들의 행보는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FC MEN은 경기뿐 아니라, 애장품 경매 등 이벤트를 통해 모인 수익금을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기금으로 쾌척하는 등 틈틈이 뜻 깊은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 30만여 명의 장애아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전문적인 치료나 재활에 대한 복지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선뜻 참여했다.

 

 

 

 

vol3-14 (3).jpg

 

 

 

지구촌으로 퍼지는 XIA의 ‘선행 나비효과’

 

이런 ‘선행 바이러스’는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자극이 되고 있다. 특히 소식을 전해들은 팬들도 기부대열에 팔을 걷고 나서면서, 사랑의 실천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지구촌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시아준수 빌리지’ 사업이 알려지자 그의 팬클럽은 앞 다투어 기부 대열에 참여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매년 수백 만 원의 기금을 기탁해왔다.

특히 2012년에는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김준수 후원 학교에 어린이놀이터를 세워주기도 했다. 팬클럽 측에서는 당초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하는 김준수를 응원하기 위해 서포트하려고 아껴두었던 종잣돈이었는데, 김준수가 “캄보디아 아이들을 도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팬클럽도 이에 흔쾌히 동의해 놀이터 설치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훈풍은 바다 건너 대만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2013년 4월, 김준수의 대만 첫 단독 콘서트를 기념해 현지 팬클럽연합은 ‘시아준수 빌리지’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500명 분량의 학용품을 기증했다. 이들은 노트, 연필, 지우개, 자, 필통, 연필깎이 등을 준비했으며, 각 물품에는 김준수의 사진과 ‘XIA’ 로고를 넣는 등 정성을 담았다.

이는 ‘시아준수 빌리지’ 사업이 시작된 후 첫 해외 후원 사례여서 더욱 의미 깊었다. 대만 팬들은 콘서트 당일에는 공연장에서 즉석 모금운동을 벌여 우리 돈으로 100여만 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김준수의 팬들은 이 밖에도 그의 콘서트나 쇼케이스, 뮤지컬 공연이 있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대규모 연탄드리미화환, 계란드리미화환, 쌀드리미화환 등을 보내 이웃돕기와 김준수 응원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다. 드리미화환은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과 빈곤가구에 전달돼 이들의 필요를 채우고 있음은 물론이다.  

 

 

the bom vol.3 <가을이 머문 자리> '천샤의 미소' 중에서

토스카나호텔 편집실 사진 아드라 코리아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Atumn / Winter 2015

Volume 03 | 가을이 머문 자리

 

★20151119_매거진더봄vol3_내지_웹.jpg

 

 
 
?

  1. Volume 03 | 비건푸드, 퀴노아포리지 & 치아씨드강정

    퀴노아포리지 퀴노아와 두유가 만나 부담 없고 든든한 한 끼를 선사한다. 혀끝에 잔여 하는 여리고도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다. 나미막이 얹어진 블루베리는 그 맛을 더한다. 치아씨드강정 그 모습이 참 정갈하다. 치아씨드와 그 친구들이 모여 깊은 고소함을 ...
    Read More
  2. Volume 03 | 땅끝이야기

    땅끝이야기 3 이리안자야 5000km, 열대우림의 산과 강이 만든 타임 슬립 인류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 이리안자야(Irian Jaya). 40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정글, 해발 5,000미터를 넘나드는 산봉우리들이 좌우로 펼쳐진 마오케산맥(Maoke Mts)이 동서로 늘...
    Read More
  3. Volume 03 | 천샤의 미소

    말라 버린 심장을 적시는 ‘꽃’의 의미 지난 4월, 김준수가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6년 만에 지상파 음악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자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은 물론, 일반 대중도 큰 관심을 보였다. ‘테이크 마이 핸드(Take My Hand)&r...
    Read More
  4. Volume 03 | 흩어진 기억의 파편들, 제주의 시장

    어릴 적엔 해가 쨍한 토요일 오후면 늘 엄마를 따라 시장엘 따라나서곤 했다. 꽃내음 밴 시장입구를 지나 아홉 걸음쯤 크게 걸으면 나오는 익숙한 가게가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언제나 뒤늦은 점심밥을 모락모락 짓고 계셨다. 엄마는 아주머니와 평범한 이야...
    Read More
  5. Volume 03 | 층층이 쌓인 시간의 보고서, 용머리해안

    해안가서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어르신이 말을 건네신다. “여기 자주 와요? 저기 돌고래도 찍어가요. 쟤네가 날씨가 변하려고 하면 어떻게 알고 나타나는데, 많이 들어올 땐 스무 마리도 넘게 들어오더라고.” 어르신께서 가리키신 쪽으로 시선을 ...
    Read More
  6. Volume 03 | 태양이 잠든 곳, 이호테우해변의 일몰

    태양이 잠들기 위해 찾는 곳.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밤은 시나브로 이호테우해변에 잦아든다. 종일토록 세상을 밝히느라 피곤했던 태양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런 태양의 단잠을 방해할 마음이 추어도 없는 사람들은 그저 바라볼 뿐. 소나무 숲을 마주...
    Read More
  7. Volume 03 | 대낮에 꾸는 꿈, 산굼부리

    대낮에 꾸는 꿈 산굼부리 백일몽(白日夢).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 해가 유독 쨍하던 날, 산굼부리를 천천히 거닐었다. 마치 꿈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
    Read More
  8. Volume 03 | 몽환의 숲, 비자림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일컫는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푸릇한 비자림은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와 많이 닮아있다. 우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야기를 나누자 엊그제 초록을 보러 갔다. 사계절 내내 ...
    Read More
  9. Volume 04 | 밝고 예쁜 이야기만 하자는 게 아니에요

    이리저리 금이 간 유리 맥주 컵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 내미는 모습에서 투박함이 묻어났다. 뜨거운 물을 유리잔에 넣으면 깨지는 게 아니냐 했더니, 깨지면 버리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interviewee '큐팩토리' 박상규 디자이너 & 김찬국 인테...
    Read More
  10. Volume 04 | 제주에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면

    누군가의 짝이 된다는 건 역시 그런 것일까. 서로를 참 많이 닮은 부부였다. 외모뿐 아니라 특유의 수더분한 분위기, 자주 쓰는 단어 그리고 뜸 들일 때의 표정마저. 유독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인터뷰였고, 대화를 주고받다 이따금 공백이 생길...
    Read More
  11. Volume 04 | 싱거운 일상을 담백한 일상이라 부르는 곳에서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땐 시간의 흐름이 조금 이상했어요. 저녁 8시만 되면 졸리고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게 되더군요. 별로 한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그게 너무너무 신기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쬐는 햇볕 양이 늘어나서 그런 ...
    Read More
  12. Volume 04 | 그 어떤 치즈도 아닌 제주 치즈

    ─ 제주치즈체험하우스 제주치즈체험하우스의 표제를 정하는 데 유독 긴 고민을 했다. 취재 당일 많은 것을 보았고 맛보았으며, 그 맛 또한 썩 훌륭했다. 그런데 어째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가 생각해보니 부부의 말씀이 생각난다. ‘아마 카메라에 담아...
    Read More
  13. Volume 04 | 오름에 오른다는 것은

    ─ 백약이오름 어릴 적엔 아빠와 종종 오름에 올랐다. “아빠 있잖아, 이렇게 큰 무덤엔 누가 자고 있어?” 내가 물었다. “여기엔 많은 마음이 자고 있는 거야. 원래는 아주 작은 모래성이었는데, 사람들이 마음을 하도 버려두고 가는 바람에 ...
    Read More
  14. Volume 04 | 달이 머무는 월정

    월정리해변 청록색과 파란색, 그 사이 어디쯤의 색을 집어 든다. 새하얀 팔레트는 방금 씻어 낸 마냥 뽀득하다. 풀어진 물감을 젖은 붓으로 뭉개니 군더더기 없는 겨울 하늘과 같은 청아한 색이 묽게 흩어진다. 어느 것과도 섞이지 않은 깨끗함이 월정리의 한...
    Read More
  15. Volume 04 | 사려 깃든 저녁

    신천목장 옆으로 나란히 선 야자나무와 그 앞으로 아득하게 깔린 주황빛 카펫. 해가 뉘엿한오후의 시간인지라 야자나무 사이론 농익은 빛이 쏟아진다. 그 빛은 수평선 바닥에 내려앉아 이내 일부가 된다. 미약한 색채의 대비가 고아하다. the bom volume 04 <...
    Read More
  16. Volume 04 | 새벽마저 잠든 시간에

    제주의 가정식 ‘집 밥이 최고’라는 낡은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아침이면 언제나 차려져 있던 밥상엔 어제도 본 익숙한 반찬들이 놓여 있다. 내가 본 것은 그것뿐이었다. 새벽마저 잠든 시간. 홀로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을 그 마음...
    Read More
  17. Volume 04 | 시작하는 시점에서 드는 생각들에 관한 고찰

    시작이 반이라는 싫증 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시작이 있다. 그것은 모호한 것이라 정해진 기준과 정도를 두는 것은 무척이나 무색한 일이다. 결국, 모든 것은 저마다의 마음에 달린 것일 터. 벌써 2월이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
    Read More
  18. Volume 04 | 뮤지컬 '드라큘라' 짧지만 강렬했던 2주간의 여행

    ─ 숨을 쉬듯 진화하는 ‘특화된’ 뮤지컬배우 김준수 극의 흐름 주도한 탄탄한 연기력 종합무대예술인 뮤지컬은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무대효과와 조명, 화려한 의상 등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빚어져 완성된다. 하...
    Read More
  19. Volume 04 | 땅끝이야기 4

    ─ 야만과 문명의 정글, 파푸아 죽음과 생명의 삶, 와메나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생물이 뒤엉켜 있는 숲과 정글은 인류의 생명을 지속하게 해준 원동력이자 생명의 보고다.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숲이나 정글을 통해 식량과 땔감을 얻었고, 생명의 근원인...
    Read More
  20. Volume 03 | 2008년 2월 제주 출생, 제주 커피 농장

    커피 로스터, 커피 바리스타, 카페 컨설턴트. 이 모두가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감당 안 되는 호기심에 직접 커피 농사까지 덤벼들었다는 제주의 초보 농사꾼. 지난 십 년이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커피 농장 이야기를 들어본다. 온도, 높은 고지 그리고...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