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해변
청록색과 파란색, 그 사이 어디쯤의 색을 집어 든다. 새하얀 팔레트는 방금 씻어 낸 마냥 뽀득하다. 풀어진 물감을 젖은 붓으로 뭉개니 군더더기 없는 겨울 하늘과 같은 청아한 색이 묽게 흩어진다. 어느 것과도 섞이지 않은 깨끗함이 월정리의 한 바다의 것을 연상시킨다.
‘달이 머무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 월정(月停). 한 눈에 들어오지만 한 품에 안을 순 없는 모습이다. 이에 달마저 이곳의 정취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마음은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보고 싶은 마음이다.
the bom volume 04 <작고도 큰 발견들> '달이 머무는 월정'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김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