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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 03 | 제주 보헤미안, 그들이 사는 풍경

by 편집실 posted Feb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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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골집공방

 

지와 다리오 부부가 사는 제주 동쪽의 자그마한 시골집공방. 잔잔한 빛이 드는 창가 옆 책상 위에는 여행하며 수집한 원석들과 자연에서 주워온 나무껍질, 새의 깃털들이 제 멋대로 놓여있다. 작은 방 한켠을 나누어 은세공을 하고, 매듭을 묶고, 밀랍초를 만드는 모습이 넉넉하고 오붓하다. 그들이 사는 풍경은 소박한 자연을 담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저희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즐기며, 그것을 업으로 가진 운 좋은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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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이야기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원석을 수집하신다고 들었어요. 원석을 고르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요?

저희 둘은 이십 대의 대부분을 길에서 지낸 여행자예요. 여행하는 곳이 어디건 배우려고 합니다. 그것이 자격증이나 학위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저희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죠. 원석은 지형과 환경에 따라 종류도 색도 성질도 달라요. 여행지에 가면 돌을 세공하는 사람을 수소문하여 찾아갑니다. 운이 좋으면 귀한 원석도 얻을 수 있고요. 무엇보다 그들이 커다란 돌덩이에서 얼마나 공을 들여 작고 반짝이는 장신구용 원석을 만들었는지를 보고 느낄 수 있어요. 자연에서 온 원석이 나에게 온 과정을 모두 직접 경험하고 싶은 거죠. 으레 원석들에도 등급이 있어요. 얼마나 빛이 잘 발하는지 형태가 얼마나 완벽한지에 의해서요. 전문지식이 없는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도 잘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돌을 다듬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는 이유는 원석의 가족들을 데려오고 싶어서예요. 커다란 돌덩이에서 작은 조각으로 나뉘는데 혼자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가족을 함께 데려온다면 덜 외롭지 않을까 해서요.

 

 

장신구들을 만드시면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독특함이랄까요. 시중에 시판되는 고급 장신구들이 가진 완벽함은 처음부터 저희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에 뭔가 이야기가 있고 성격이 있는 장신구를 만들려고 합니다. 또한, 저희는 원석을 이용한 장신구를 만듭니다. 만들기 전 작업 책상에 앉아 마음을 모읍니다. 어떻게 보면 기도를 하는 것이겠죠. 책상 위에는 남미대륙에서 아프리카에서 바다에서 히말라야에서 온 각각의 원석들이 쭉 줄을 서 있고요. 이것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내 마음 속으로 느껴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장신구가 아직은 모르는 새로운 주인에게로 가서 그들에게 좋은 기운과 건강을 주라고 마음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과정은 만드는 사람의 모든 기운과 정성이 모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요. 만들 때 서둘러 쫓기는 듯한 마음이 들면 작업을 보류해요. 마음이 먼저 준비될 때 손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많이 빨리 만들 수 없지만 지금 단계에서 저희에게는 큰 야망은 없기 때문에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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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보헤미안

 

 

제주는 언제 오셨나요?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겨울은 따뜻한 남쪽으로 가니까 3년의 반은 부재중이었죠.

 

 

세계 각지를 여행 하면서 언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시나요?

저희는 보통 자연에 있는 것을 좋아해요. 몸은 고생스럽지만 오지 여행과 캠핑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죠. 여행지에서 맛있는 특산요리보다는 불을 지펴 소박한 음식을 해먹고요. 현지에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좋아요. 저희는 많은 곳을 둘러보는 여행보다 마음에 드는 한 장소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해요. 한곳에서 쭉 있으면 동네사람들과 얼굴도 익히고 그들의 생활방식을 배워 나갈 수 있어요. 에콰도르의 남쪽 장수마을 빌카밤바라는 마을에서 있을 때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캠핑을 하다가 만난 동네 아저씨 덕분에 옆 동네 과수원 중턱의 시골집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요. 전기도 가스도 없는 창고 같은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지내던 2개월 이라는 시간이 아직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불을 지펴 커피를 끓이고 밀가루 빵을 만드는 데에만 두 시간이 걸리지만 세상의 시간이 멈춘 것같이 시간은 더디게만 가죠. 그리고 동네사람들이 밭일하는 것을 조금 도와주고 작은 샘에 가서 목욕을 하고 오면 누군가가 집 앞에 쌀 한주먹과 달걀 2알을 놓고 갔죠. 우리를 잘 돌봐주었던 이웃들이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그곳에 원래 있었던 자연과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아주 행복해요. 

 

 

같은 삶은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어요. 그 모든 삶은 공평히 멋집니다. 우리가 사는 삶은 그중에 하나이고 더 특별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저희는 물질적인 여유와 내세울 수 있는 이름 등을 버리고 시간을 얻었어요. 저희 삶은 시간이 아주 많아요. 누구에게나 우선순위가 있는데 우리의 우선순위는 시간이에요. 그건 필요를 줄이면 간단히 이룰 수 있어요. 저희 집에는 티브이도 세탁기도 없어요. 대부분의 가구는 길에서 주워온 것이고 식기들은 주변 분들이 필요 없는 것을 나눠주셨죠. 부족함은 오히려 풍성함을 가져옵니다. 자신이 정한 우선순위대로 삶은 방향을 바꿉니다. 거창한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지만, 저희는 이 삶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편하네요. 자기 삶에 주인이 된다면 인생 성공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스스로에게 맞는 삶으로 주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the bom vol.3 <가을이 머문 자리> '제주 보헤미안, 그들이 사는 풍경' 중에서

민정연 사진 지다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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